성장기록(회고)

[회고] 꼬꼬마 시절을 돌아보며 한 걸음 성장하기

zin502 2024. 11. 26. 19:28

 
3주전 토요일 SIPE 활동 중 하나인 사이프챗에서 라이트닝 토크 시간에 발표를 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금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한 조언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성인이 되기 전, 아주 어린(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지금보다 더 어린 미성년자..)
시절을 돌아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에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해 좌절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의 준비도 얼추 된 것 같다.
진짜 마지막으로 글로 남겨서 최종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인생 선배님들의 글을 먼저 보았습니다

올해 다양한 IT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많은 어른들을 만났다.
그 첫번째는 UNITHON이었고, 두 번째는 SIPE였다.
 
아무래도 대학교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UNITHON과 SIPE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 분들의 글을 살펴보면서 나 또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얼 하고 싶은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글또] 삶의 지도를 작성하며 - 윤범님
비전공자의 42SEOUL 도전기 - 지원님
인생 돌아보기. - 수빈님
개발자 단민 | 드디어 컴퓨터공학 척척학사, 나의 4년은 어떠했나 - 정민님
후니네 개발하우스 | 비전공 프론트엔드 신입 개발자의 좌충우돌 도전을 다룬 2023년 회고 - 지훈님
 

다들 정리를 잘 해두셔서 
개인적으로 다들 꼭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그럼 이제 꼬꼬마 시절로 돌아가서 나는 어땠는지 이야기해보자.
 

공부, 그게 뭐에요. 먹는건가 :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초등학생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는 커녕 사람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그때는 그저 뽀로로 마냥 노는게 좋았고,(하루는 엄마가 할머니 댁에 간적이 있는데 그때 유튜브만 14시간 본적도 있다...)
공부하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학원 끝나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 친구 조차도 없었다.
아, 참고로 아빠가 수학 선생님이라 수학 학원은 다닐 필요가 없었고,
영어학원은 7살 때 일주일 다니고 관뒀다. 알파벳 쓰기 숙제가 너무 너무 싫어서.
 
대신 그림 그리는걸 좋아했고, 커서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했었다.
초등학교 2학년때 부터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학원에서 그림만 그린적도 많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시했던 그림인데 아직도 우리집에 있다


당시에는 정말 재밌게 다녔다. 내가 모르는 기법들과 채색법을 배우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것 자체에 큰 기쁨을 느꼈던 같다.
 
그래서 난 이대로 패션 디자이너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초등학교 끝에 2년은 미술 영재원을 다녔는데,
미술을 그렇게 좋아해도 슬럼프를 피할 수는 없었나보다.
그래서 결국 중학교 1학년이 된 나는 미술학원을 관뒀다.

인생의 첫 터닝포인트 : 인생 친구를 만나다.

 
인생의 첫 터닝포인트는 어떤 사건이 아닌, 인간 관계에서 만났다.
 
중학교 1학년, 친구들과의 작은 오해로 사이가 멀어져 한동안은 혼자 다녔고,
그러던 날이 반복되던 중 작은 기적이, 아니  인생을 바꿔준 친구가 나타났다.
반장이었던 ‘주은’이란 친구인데, 전교 1등에 성격도 좋아서 함부로 대하는 친구들이 없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친해졌고, 대화를 하면서 이 정도로 목표가 뚜렸한 친구는 처음 봤었던 것 다.

(당시 과학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고, 연구원이 되고 싶기 때문에 UNIST에 가고 싶어했고, 실제로 지금 재학중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만의 꿈을 가지고 싶었기에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후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이 되었고, 이 친구가 하는 노력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쉬는 시간에도 수학 문제를 풀고,
집에 와서는 하루 종일 인강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면서.
성적도 금방 금방 올라서 중학교 2~3학년때는 전부 A가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싫어하던 수학을 통해서 내 꿈을 찾게 되었다.
수학귀신이라는 책을 통해서 알고리즘과 규칙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배웠던 수학의 원리가 적용되는게 신기하고 재미있더라.
 
그러던 중 부산에 학교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입학 하자 결심하게 되었다.
어떻게보면 뻔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 학교에 붙었다.
 

우메함의 봉우리 : 또 다른 방황을 하기 시작하다

 
내가 입학한 학교는 그 당시 첫 기수였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는 가르쳐줄 선생님은 있었지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배님은 없었단 뜻이기도 하다.
 
흥미있어하던 알고리즘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고,
깊이있게 들어가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수업하는 동안 선생님의 슬라이드는 잠깐 놓치면 10장이 지나가있기도 했고,
인문 과목까지 공부해야했기 때문에 챙겨야할 부분도 많았다.
 
복잡한 컴퓨터 구조와 네크워크는 반복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생겼고,
알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폭풍으로 하면서 하나씩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절망의 계곡에서 맴돌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 조언으로 공무원, 공기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해커톤에서 꿈을 찾다 :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꿈꾸다

 
10개월간 공기업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처음 가지고있던 멋진 개발자의 꿈은 저멀리 사라지고,
그냥 하루 하루 문제 푸는 기계가 된 것 처럼 느껴졌고 쉽게 지쳤다.
 
게다가 학생회 3년, 그 중 2년(1,2학년)은 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느라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전국 소프트웨어 마이스터 고등학교 학생들 위한 해커톤이 열리게 되었는데
성적 순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공기업을 가기 위해 준비해 둔 성적 덕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학생회를 통해 알게된 다른 학교 친구가 선뜻 같은 팀을 하자며 제안해주었고,
다른 학교의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 친구에게 Typescript, React를 비롯한
여러가지 기술을 단기간에 속성으로 배우게 되었다.
 
[회고] 2022 SW 마이스터고 연합해커톤 회고록
 
그리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카카오 기업상을 수상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고, 나도 할 수 있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 후로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해커톤이나 스터디를 하면서
Javscript, React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공부했다.
 

서울 회사의 인턴으로 합격하다 : 2번의 인턴 생활

 
고등학교 3학년 1월 쯤엔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기본기가 충실 해졌다고 생각해서
학교에서 지원하는 체험형 인턴에 지원했다. 운이 좋게도 회사에서 좋게 봐준 덕분에
첫 인턴을 서울 성수에 있는 회사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턴하는 과정은 너무 재미있었다.
당시 회사 솔루션 제품을 리뷰하고 작은 버그들을 수정하는 일을 했는데
기본기에 충실한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험을 했다.
 
첫 회사 경험 이었고,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까지 알게되면서
어떤 부분을 채워넣으면 좋을지 확신이 생겼다.
개학 이후에 더욱더 열심히 공부했고, 프론트엔드에 대한 실력을 키웠다.
혼자 프로젝트도 해보고, 교내 매점에서 사용되던 종이 상품권도
온라인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게하는 플랫폼을 제작해보고.
특히 온라인 포인트 플랫폼은 현재까지도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활동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어
서울의 또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10월부터 12월까지 영등포에서 두 번째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혼자 기획하고 개발하고 운영까지 하느라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실무적인 성장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사회 : 그 과정 속에서 얻는 배움과 또다른 기회

하지만, 진짜 취업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현장 실습을 갔던 곳에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난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마음 아파하면서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금방 다시 취업 될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취업하지 못한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무살이 되었다. 이제 뭐든 잘 될 일만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내 선택 하나로 엉망진창이 전부 다 되어버린것만 같았다.
당시에 상황을 지켜보던 어른들도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며 한 마디씩 하더라.
게다가 고등학교 시작 점 부터 좌절과 희망을 끝없이 마주 하면서 사실 속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기도했다.
더해서 이제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지고 나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 상황 가운데에 고3때 참가자로 참여했던
IT 커뮤니티 연합 해커톤인 UNITHON에 운영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전 사람들을 멀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UNITHON 운영진분들과 SIPE분들을 만났는데,
자기만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꼭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 많이 배우고, 또 그만큼 성장하고

 
올해 4월 독립을 했다. 집에만 있으니 우울해져가고, 꼭 실패자처럼 느껴져서.
UNITHON을 멋지게 마무리했지만, 내가 더이상 뭘 해야할지 도저히 모르는 상태였다.
개발을 하는게 맞는 건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말 살 가치는 있는 사람인지까지.
 
그래도 일단 되든 안되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서류를 막 넣었던 것 같다.
5월, 6월 두 달간 50장 정도 넣었는데, 당연하게도 다 떨어졌다.
심지어 네이버 부스트 캠프 조차도 생일이 안 지났다는 이유로 탈락 했다..
서류 하나 하나에 연연해 하면서 매일같이 울면서 지냈다.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경험하고 많이 좌절 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러다가 10년뒤에도 안되면 어쩌지라고
고민하던 찰나에 많은 분들이 계속 해주신 이야기가 있다.
“미진아, 아직 너 스무살이야. 즐기면서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구!”
 
그리고 주은이가 말하길,
“나는 다른 사람이 뭐가 잘 안되었다고 이야기하면 그냥 실패한것 같다고만 생각하게 되는데
네가 잘 안되었다고 이야기하면 성공으로 가는 과정 중에 하나로 밖에 안 보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잘될지 생각하면 너무 기대가 된다?”
 
이런 주변의 응원을 많이 듣고 시간을 지나 오며,
스물을 마무리 할때가 오니 조금 알것 같더라.
 
정말 내 인생에 뜻대로 되는 일이 없더라도 그 안에서 즐기면서 살아야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
그러다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기도 하고 그게 여러번이 될 수 있다는 것.
좌절보다 그 경험속에서 배운 것들을 찾고, 유의미한 경험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 무진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사람이 내 곁에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10년뒤에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보면 너무 기대가 되고,
의미있는 하루 하루를 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나 잘하고 있는거겠지?
 

앞으로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면요 : 가치를 공유하고 다함께 성장하기

그러나 어떻게 해야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인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것은 개발자로서, 인간으로서 공통된 목표는
내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구성원 뿐만 아니라
IT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지금의 난 아직 새싹일 뿐이지만, 주변에 좋은 어른 분들을 보며 내 자아를 확립하다 보면
아주 멋있는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선 개발적으로는 깊이 있는 프론트엔드를 공부하면서 발표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이고,
인간적으로는 주변 어른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계획이나 챌린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기에
어떻게 하면 잘 성장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먼저 정리해보고
주변분들께 여쭤보기도하면서 주기적인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 오피셜인지는 모르겠지만(?) SIPE에서 내 발표를 듣고 눈물을 훔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발표 끝나고 익명 질문창을 보는데 나도 눈물 날뻔했다.
응원의 글이 너무나도 가득해서 감동 받았고, 행복했다.
 
어떤 분들은 응원한다고 말해주시고, 메세지도 남겨주신 분들도 많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것도 많고 힘들더라도 이겨내야하는 상황이 정말 많이 오겠지만
이렇게 좋은 어른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제가 시집 갈때도, 환갑잔치까지도 함께하길..ㅎㅎ)